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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15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어제

집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창 밖은 어느덧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떤 결과를 기다리는 나는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집보다 두 정거장 앞에 있는 작은 절이 생각난다.

투벅 투벅 지친 발걸음을 옮기며 굳게 잠긴 문 위로 보이는

대웅전 법당을 향해 두 손을 모은다.

 

"두루 좋은 결과를 얻도록 기원합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있으시기를..."

삼배도 아니고 합장 반배를 올리고 투벅 투벅 집으로 내려왔다.

 

오늘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로 들어오며, 뜨겁던 한낮의 햇살은 화사하고 밝기까지했다.

기쁘다는 마음보단 중요한 통과의례를 치룬듯 무덤덤하니 책임감이 짖누른다.

 

'절에 부처님께 고맙다고 합장 올리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노곤 해지며 초하루에 가면 되지뭐~'

지처서 일찍 집에 가고프다고 에두른다.

갈급하던 어제 그 마음은 벌써 잊었단 말인가~! 에효 나두 참~

 

집앞에 있는 마트에서 꼭 사야되는 물건이 있음을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그렇게 나를 합리화 시킨다.

 

마트에 들어서서 이것저것 둘러보다 회색 가사장삼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동넨 절이 하나뿐인데~~~

물건으로 향하던 내눈을 들어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스님의 얼굴을 찾는다.

 

"아니 스님 마트엔 어떻게 ~???"

하며 내 손은 합장을 하고 있다.

요즘 많이들 담으시는 과실 발효핵을 담으시려는지 제철 과실들을 보고계시던 스님은

 

"낯이 많이 익는데, 우리절 신도님이신가아???"

 

"네에~ 스님, 절에 안간지는 오래되어서요~ 긁적 긁적"

"이번 초하루에는 꼭 가뵙도록 할게요~"

 

합장을 하고 돌아서서 두어발 떼는 나를 뒤에서 누가 부른다.

스님 옆에 계시던 보살님이셨다.

보살님은 어깨에 맨 가방을 앞으로 돌려 작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고 계셨다.

스님은 그 것을 받아 내게 내미시는며,

 

"초파일에 나눠 준건데"

 

오른 손을 내민 나에게 왼손을 달라시며...

손목에 합장주를 끼워 주신다.

얼른 보니 나의 탄생석이다... 우왕 이런 우연에 우연이

 

나는 내몸 좀 귀찮다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기도를 미루고 말았건만,

이렇게 마트에서 스님을 만나고, 나이롱 신도 주제에 선물까지 받게 되니,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너무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들었고,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잘 될거라는 안도감 마저 들었다.

 

내 앞에 더 큰 고비가 있겠지만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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